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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대 철학자 14 - 플라톤(11)

by skyblueksj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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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원인은 영혼 그 자체의 본성에서 그리고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플라톤에 따르면 영혼은 육체에 들어가기 전에 선험적 존재를 갖고 있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영혼은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부분으로 구성되며 이 비이성적인 부분도 다시 기개와 욕망으로 구성된다. 영혼의 이성적 부분은 영혼의 세계의 조물주에 의해 창조되는 반면에 비이성적인 부분은 신체의 모양을 만들어 주는 신들에 의해 창조된다. 이런 식으로 영혼은 육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두 가지의 다른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때 이미 이성적 부분은 형상들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갖고 있었고, 동시에 기개와 욕망은 그 본성에 의해 하강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었다. 만일 우리가 플라톤에게 왜 영혼은 육신으로 내려가는가를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영혼의 비이성적인 부분이 제멋대로 영혼을 지상으로 끌고 내려가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완전하고 날개 달린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 반면에 날개를 잃은 불완전한 영혼은 아래로 떨어져 결국은 지상에 안주한다. 거기서 하나의 고향을 발견한 영혼은 지상의 체질을 받아들인다.' 이 영혼과 육신의 결합이 하나의 살아 있는, 그러나 죽어야 할 운명의 피조물이라고 불린다. 영혼은 '떨어지며' 결국 하나의 육신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영혼이 육신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방종과 악의 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악의 원인은 영혼의 이전 상태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미 '천상'에서 영혼은 형상이나 진리를 바라보는 행위와 이러한 조망을 '망각하는' 행위(여기에서 영혼의 몰락은 시작된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영혼은 무질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실제로 무질서가 영혼에서 발생할 때 악의 원인은 영혼 그 자체 내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은 실재를 파악하는 일에 무지했거나 망각한데서 온 결과다. 이러한 입장에서 악이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며 오히려 영혼의 한 특성, 즉 영혼의 망각 '가능성'인 것이다. 따라서 진리를 망각하고 지상의 사물들에 대한 관심에서 끌려 내려온 것도 바로 그러한 영혼인 것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본질상 완전하지만 그것의 한 측면에는 무질서로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피조물이 다른 부분들이 그러하듯이 영혼은 완전성과 동시에 불완전성의 원리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영혼이 육신에 들어가게 되면 영혼의 어려움들은 크게 증가된다.

 

육신은 영혼의 비이성적인 부분을 자극하여 이성의 지배를 전복하도록 한다고 플라톤은 확신하였다. 그러므로 영혼의 육신으로의 유입은 무질서, 즉 영혼의 각 부분 간의 부조화를 가중시킨다. 우선 영혼은 형상의 영역을 떠나 육신에 들어감으로써 일자의 영역에서 다자의 영역으로 이동한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영혼은 다양한 사물들의 거친 바다에서 표류하면서 이들 사물들이 지니는 기만적인 성질 때문에 많은 오류들을 범하게 된다. 게다가 육신은 영혼의 비이성적 부분에서 쾌락적인 행동들을 무분별하게 자극한다. 육신에서는 배고픔, 갈증, 자손을 낳으려는 갈망 등과 같은 욕망들이 과장되어 결국 그 하나하나가 극심한 탐욕으로 변하게 된다. 영혼은 육식 속에서 공포와 근심뿐만 아니라 감각, 갈망, 고통들을 경험한다. 사랑에도 매우 넓은 대상의 영역이 있다. 즉 미각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사랑에서 순수하고 영원한 진리나 미에 대한 사랑까지의 넓은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육신은 영혼에 대한 방해자로 서서히 작용하며 영혼 가운데 기개와 욕망의 부분이 특히 그 육신의 작용에 민감하게 된다. 육신은 영혼의 조화를 방해한다. 왜냐하면 육신은 영혼에 자극을 주어 이성이 참된 지식을 지향하지 못하게 하며, 이성이 한때 인식했던 진리를 상기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도덕적 조건에 대한 플라톤의 설명을 회고하면서 우리는 그가 육신과 분리된 영혼의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영혼은 이성적 부분과 비이성적 부분 간의 근본적 조화를 향유하고 있고, 그 조화 속에서 이성은 진리에 대한 지식을 통해 기개와 욕망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영혼의 비이성적 부분은 불완전의 가능성을 소유하며 그러한 가능성은 욕망에 끌려 다님을 보여 준다. 영혼의 각 부분들 간의 본래적 조화는 육신에 유입되자마자 더욱더 동요되고 이전의 지식이 망각되며 육신의 타성은 그 지식으로의 복원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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