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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대 철학자 14 - 플라톤(10)

by skyblueksj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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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형상론은 당연히 그의 윤리학에도 진행되었다. 만일 인간이 자연의 물질 세계에 존재하는 현상들에 의해 기만당할 수 있다면 그러한 가능성은 도덕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가시계에서 그림자, 반영, 실재적 대상들 사이를 구별해 주던 지식은 진정으로 선한 삶의 그림자와 반영 사이를 구분하는 데 필요로 하는 지식과 동일하다. 플라톤은 만일 우리의 지식이 가시적인 사물에 제한된다면 결코 물리학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만일 우리가 특정한 문화 현상에 대한 경험에만 우리를 묶어 놓는다면, 선의 보편적 이데아에 대한 지식도 결코 얻을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잘 알려진 소피스트의 회의주의는 이러한 지식과 도덕의 관계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예시해 주고 있었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소피스트는 그들의 회의주의로 인해 도덕에 관해서도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도덕률이란 가각의 공동 사회에 의해서 임의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그 사회에 대해서만 적합성과 권위를 갖는다. 둘째, 도덕률은 비자연적인 것이므로 그것에 복종하는 것은 여론의 압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행위가 은밀히 이루어질 수 있다면 '선'한 사람들조차도 그 도덕률을 추종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정의의 본질은 권려이며 '힘이 곧 정의다'. 넷째, '선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쾌락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피스트의 이러한 가르침에 대해 플라톤은 '지는 덧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수용해서 그것을 발전시켰다. 플라톤은 도덕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를 다듬어서 영혼의 개념과 기능으로서의 덕의 개념을 강조했던 것이다.

 

'국가론'에서 플라톤은 영혼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묘사한다. 그는 그 부분들을 이성, 기재, 욕망이라고 부른다. 그는 모든 인간이 분유하고 있는 내적 혼란과 갈등에 대한 공통의 경험으로부터 이러한 영혼의 3분법을 이끌어 냈다. 그는 이 갈등의 본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 인간에게는 세 종류의 행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못적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는 이성의 행위다. 둘째, 행동을 위한 충동, 즉 기재가 존재한다. 그것은 처음에는 중립적이다가 곧 이성의 방향을 따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물들에 대한 신체의 갈망, 즉 욕망이다. 플라톤은 영혼이 삶과 활동의 원리라는 가정하에서 이 모든 활동을 영혼에 귀속시켰다. 신체는 그 자체로는 생명이 없다. 따라서 행동하거나 움직일 경우에 신체는 삶의 원리, 즉 영혼에 의해 조종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영혼이 세 부분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간의 내적 갈등이 세 가지 행동 양상을 보여 준다는 사실에 의해 증명된다. 이성은 행동을 위해 하나의 목적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은 감각적 욕망에 의해서 전도될 수 있다. 따라서 기개의 힘은 이들 감각적 갈망 때문에 위로도 아래로도 끌려갈 수 있다.

 

플라톤은 이러한 인간의 조건을 '파이드로서'에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설명해 주었다. 여기서 그는 두 마리의 말을 모는 전차 마부를 그린다. 한 마리는 선하기 때문에 '채찍질할 필요가 없이 몇 마디의 경고만으로도 몰 수 있다'. 다른 한 마리는 약하므로 '건방지고 뻔뻔스러워 채찌길과 박차를 가해도 잘 굴복하지 않는다'. 비록 전차의 마부가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선한 말이 그 길을 따르고 있다 해도 그 악한 말은 '이리저리 날뛰고 이탈함으로써 선한 말과 마부를 온갖 곤경에 처하게 한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말들, 명령이 이행되지 않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마부 - 이 광경은 질서의 균열을 매우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상황에 있는 마부, 즉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은 그 말들을 인도하고 통제해야 할 권리와 의무, 직분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영혼의 이성적 부분은 기개의 부분과 욕망의 부분을 지배할 권리르 소유하는 것이다. 확실히 마부는 두 마리의 말이 없으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삼자는 결속되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매진해야 한다. 

 

영혼의 이성적 부분 역시 다른 부분에 대해 이런 종류의 관계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욕망과 기개의 힘도 삶 그 자체에 필수 불가결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성은 기개와 욕망과 함께 그들 위에 작용하며 기개와 욕망 역시 이성을 움직이게 하며 이성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성과 기개와 욕망의 관계는 이성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즉 목적 지향적인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감정도 끊임없이 쾌락이라는 목적을 추구하며 쾌락 역시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감정은 쾌락을 제공하는 사물들을 향해서만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대상과 단지 쾌락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들 사이를 구분할 수 없다.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의 고유한 기능은 삶의 참된 목적을 구하는 것이며, 이는 사람들을 그것의 본성에 맞춰 평가함으로써 가능하다. 비록 정열이나 욕망이 우리를 공상의 세계로 안내해서 어떤 종류의 쾌락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믿도록 우리를 기만할 수도 있지만 이성은 그 환상의 세계를 관통해 참된 세계를 발견하며 욕망의 방향을 진정한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행과 인간 영혼의 무질서는 인간이 형상과 실재를 혼동한 결과이며, 이러한 혼동은 거의 욕망이 이성을 압도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그에게 가르쳤던 것처럼 도덕적인 악을 무지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마부가 말들에 대한 통제 능력이 있을 때 질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에 있어서도 이성이 기개와 욕망을 통제할 수 있을 때에만 질서와 평화가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도덕적 능력에 대한 플라톤의 설명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는 인간의 덕에 대한 잠재 능력을 긍정하면서도 과연 그 잠재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그의 악에 대한 이론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악행이나 악덕은 잘못된 지식에 의해 야기된다. 잘못된 지식은 욕망이 이성에 영향을 미쳐 어떤 것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마치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욕망이 이성을 제압했을 때 영혼의 조화는 거꾸로 된다. 여전히 거기에는 조화가 존재하지만 이 새로운 영혼은 전도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이성은 욕망에 굴복했고 따라서 자신의 올바른 위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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