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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대 철학자 7 - 제논(2)

by skyblueksj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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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아킬레스와 느린 거북이 사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먼저 출발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킬레스는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거북이가 먼저 출발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제논에 따르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거북이가 지나갔던 지점에 도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는 거북이가 항상 앞서 있을 것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이 사이의 거리는 항상 분할 가능하며 따라서 경주로의 경우에서처럼 좀 더 이전 지점에 먼저 도달하지 않고는 어떠한 지점에도 도달할 수 없다. 그 결과 운동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가정하에서도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제논이 여기서 증명하려 했던 것은 비록 피타고라스 학파가 운동의 실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은 세계의 다수성에 대한 그들의 이론으로 인해 운동의 개념을 조리 있게 생각해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궁수가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았을 때 그것은 움직이는가? 공간의 실재성과 그것의 분할 가능성을 주장했던 피타고라스 학파라면 화살은 공간상의 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 화살이 공간상에 그것의 길이만큼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주장은 화살이 정지해 있다고 말하는 거소가 다를 바 없다. 화살이 공간상에 그것의 길이만큼의 위치를 차지하려면, 화살은 항상 정지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우리가 경주로의 예에서 본 것처럼 모든 양은 무한히 분할 가능하기 때문에 화살에 의해 점유된 공간은 무한하며 이 점은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과도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모든 경우에 만물은 다자가 아니라 일자가 되어야 하며 따라서 운동은 일종의 환상이다.

 

서로 평행인 트랙 위에 세 대의 차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각 차의 면에는 여덟 개의 창문들이 있다. 한 차는 정지해 있고 다른 두 차는 상반된 방향으로 등속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림 1에서 차 A는 정지해 있고, B, C는 그림 2에서 표시된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등속으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림 2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B의 전면은 A의 네 개의 창문을 지나갈 것이며 C의 전면은 B의 여덟 개의 창문 모두를 지날 것이다. 각각의 창문은 거리의 구간으로 나타내며 그 각각의 구간은 그에 상당하는 시간 단위 속에서 통과된다. 

 

B는 단지 A의 네 개의 창문만을 지났던 반면에 C는 B의 여덟 개의 창문을 지났고 그 각각의 창문은 동일한 시간의 단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오게 된다. 즉, 시간의 4단위들은 시간의 8단위드로가 같거나 거리의 4구간은 거리의 8구간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이는 불합리하다. 이러한 주장의 함축된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아무튼 제논의 논리는 운동이란 명석하게 정의될 수 없으며 일종의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네 가지의 논증을 통해 제논은 단지 파르메니데스의 논적들에 대해 반격을 가하려 했다. 특히 그는 다수적인 세계, 예를 들면 선이나 시간이 분할 가능한 세계에 대한 그들의 가정을 논파하려 했다. 그러므로 운동이 실재적인가를 증명한 대신에 제논은 하나의 다수적 세계에 대한 가정이 인간을 구제 불능의 불합리성과 모순으로 유도한다는 사실을 자신이 증명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는 변화와 운동이란 환상이며, 유일한 존재는 연속적이고 물질적이며 운동하지 않는다는 엘레아 학파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사물은 실제로 운동하며 따라서 변화가 존재한다는 상식적 견해 역시 지속되면서 일자와 다자의 문제를 새롭게 다루려는 시도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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