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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대 철학자 6 - 파르메니데스(2)

by skyblueksj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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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존재화한다'는 명제는 어디에 모순이 있을까? 파르메니데스에 의하면 그 모순은 어떤 것이 존재나 비존재 둘 중의 하나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조리 있고 일관성 있게 내세울 수 없다는 데 있다고 한다. 변화의 개념의 배후에 있는 가정은 어떤 것이 비존재 또는 존재에서 존재로 변화한다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파르메니데스에 의하면 이러한 가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즉 만일 누군가가 탈레스나 밀레토스 학파가 주장했던 것처럼 어떤 것이 존재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한다면 거기에는 어떠한 의미도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만일 그것이 존재로부터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만일 어떤 것이 비존재로부터 발생한다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그는 비존재가 어떤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비존재가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왜냐하면 모든 어떤 것은 존재성을 갖기 때문이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우리가 실재의 전 구조의 기원에 관한 광범한 문제를 설명하려 하든, 아니면 단순히 작고 특수한 사물을 설명하려 하든 변화를 설명하는 일은 마찬가지로 불사능하다. 각각의 경우에 난점은 동일하다. 즉 그 난점은 어떤 형태의 존재가 존재나 비존재로부터 발생해야 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만일 존재가 존재에서 발생한다면 그 존재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변화나 생성은 있을 수 없다. 

 

한편 존재가 비존재로부터 발생한다면 유가 무에서 발생한다는 모순을 피하기 위해 비존재를 유로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경우에 만일 어떠한 운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존재로부터 존재로의 운동일 뿐이며, 따라서 변화란 있을 수 없다. '변화'가 생겨나기 전에 이미 어떤 것이 존재하며, 변화 후에도 그것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변화나 운동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실재를 일자로서 간주한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일자는 존재한다'이다. 여기에는 말하자면 만들어질 수도 파괴될 수도 없는 대단히 많은 징표들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완전하고 확고부동하며 끝이 없기 때문이다. 존재에는 다양한 차이들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존재하거나 그것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생성도 있을 수 없으므로 존재는 불가분적이다. 한 장소의 존재는 다른 장소의 존재만큼 많으며 빈 공간이 없다. 이러한 생각에서 파르메니데스는 그것이나 실재는 본질상 물질적이며 유한하다고 주장한다.

 

실재는 구형이며 물질적이고, 불활성이며 충만된 공간, 즉 덩어리로 거기에는 어떠한 공백도 있지 않으며 또한 그곳을 넘어서면 아무것도 없다. 변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재는 생성되지도 파괴되지도 않으며 따라서 영원하며 불활성적이다. 

 

변화의 개념의 모순이 논리적으로 증명된다고 해도 이 개념을 상식으로부터 없애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속인들은 도처에서 유전하는 사물들을 발견하며 그는 이 사실을 순수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르메니데스는 현상과 실재를 구분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그에 의하면 변화란 현상을 실재로 혼동한 결과다. 따라서 단순히 하나의 환상이다. 현상과 실재에 대한 이 구분의 배후에는 파르메니데스의 속견과 진리에 대한 구분이 존재하며 그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실재가 진리의 토대라면 현상은 속견을 조장할 뿐이다. 비록 상식은 사물들이 유전의 와중에 있으며 따라서 연속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말하겠지만 감각에 근거한 이 속견은 이성의 활동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이다. 이성이야말로 사물들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 즉 만일 만물을 구성하는 단일 실체가 존재한다면 어떠한 운동이나 변화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도 이와 유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즉 탈레스는 만물이 물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을 때, 사물의 현상은 우리에게 실재의 참된 구성 요소나 재료를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지적한 것 같다. 그러나 이 구분을 명료하게 강조한 인물은 파르메니데스였으며, 이는 플라톤의 철학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플라톤은 존재의 무변화성에 관한 파르메니데스의 기본 개념을 채용했고, 이것을 기초로 속견의 가시계와 진리의 가지계를 확실히 구분해 주었다. 플라톤은 또한 파르메니데스의 변화하지 않는 존재로부터 자신의 객관적이며 영원한 이데아를 추론해 냈다.

 

그는 65세 때 그의 제자인 제논과 함께 아테네를 방문했는데 이때 그가 젊은 소크라테스와 대화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재가 단일 실체로 구성된다는 주장의 논리적 합의를 추론해 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한 그는 결국 우리의 감각과는 상반되게 운동이나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엄격한 결론은 불가피하게 비판적인 도전과 조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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