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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대 철학자 13 - 소크라테스(5)

by skyblueksj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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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게 지와 덕은 일치하는 것이앋. 만일 덕이 '가능한 한 영혼을 선하게 만드는' 데 관련된다면 영혼을 선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선과 지는 밀접히 관련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선과 지가 관련된다는 것 이상을 말하려 했다. 그는 이 양자를 동일시했던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선을 아는 것은 선을 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는 덕이다. 지와 덕을 동일시한 소크라테스는 더 나아가 악덕이나 죄를 지의 부재라고 주장하려 했다. 지가 덕인 것처럼 무지는 악덕이다. 이러한 추론의 결과로 소크라테스는 어느 누구도 알면서 악덕에 빠지거나 죄를 범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에 의하면 그릇된 행동은 항상 무의식적이며, 무지의 산물이다.

 

덕과 지, 그리고 악덕과 무지를 일치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경험한 것들과 모순되는 듯하다. 우리의 상식에서 볼 때 우리는 종종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우리의 악행은 의도적인 행동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이 소위 죄라고 불리는 행동들을 저지른 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행동이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항상 그 행위가 어느 정도 선하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덕과 지를 일치시킬 때 이미 덕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에게 덕이란 인간 기능의 완전한 실현이었다. 한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의 기능은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인간은 불가피하게 영혼의 행복에 대한 갈망을 갖는다. 이 내면의 행복, 즉 이 '가능한 한 영혼을 선하게 만드는 행위'는 적합한 행동 양식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은 행복에 대해 갈망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때 그 행동들이 그를 행복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전제한다. 어떤 행동들, 무슨 행위들이 행복을 낳을 것인가? 몇몇 행동들은 마치 행복을 낳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때문에 인간은 종종 의문의 여지가 있는 행동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인간은 그 행동이 자신을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둑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도둑질이 그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는 희망에서 도둑질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은 행복의 상징들인 권력, 육체적 쾌락, 부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것들과 참된 행복의 기반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악덕과 무지를 동일시하는 것은 상식에 위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의 행복을 낳는 능력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과 관련된 무지였고 '영혼을 가능한 한 선하게 만드는 행위'와 관련된 무지였다. 그러므로 악행은 행동 양식에 대한 그릇된 평가의 결과로 발생한다. 어떤 종류의 사물이나 쾌락이 행복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다. 악행은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 이루어진 무지의 산물이다. 무지는 어떠한 행위가 행복을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나타난다. 우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참된 지식을 통해 그것이 요구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우리는 사물들과 행동 양식들에 대한 참된 지식을 통해 그것들이 과연 행복에 대한 인간의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한 행복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행복을 주는 것을 구분할 때에도 지식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덕이 무지며 무의식적이라는 주장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손상시키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악행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고통을 선택할 때도 이 고통이 자신을 덕으로, 인간 본성의 완전한 실현으로, 행복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자신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실제로 옳은가는 과연 그 행동이 참된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그 문제는 참된 지식의 문제인 것이다. 한편 플라톤은 인간 본성의 궁극적 구조가 영원하다고 믿었고 따라서 어떤 행동 양식들과 도덕적 가치들도 또한 영원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주장은 소피스트의 회의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그의 위대한 승리의 기초를 이루고 있었다. 서구 문명의 전 역사를 통해 도덕 철학이 지향해 온 방향은 소크라테스에 의해 결정되었다. 물론 그의 사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기독교 신학자들에 의해 수정되었지만 지배적인 지적, 도덕적 전통으로 계승되었고 그 주변에서 많은 수정된 이론들이 발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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