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죄의 기원과 확산에 관한 견해는 그리스도에 대한 서술에 앞서 그 기반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스도의 사역의 목적이 바로 이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죄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진술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사역의 목적과 범위들이 구성되게 된다. 바빙크도 3권에서 기독론을 다루기에 앞서 죄의 기원과 확산, 죄의 본질과 영향, 죄의 형벌을 먼저 다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죄의 기원과 확산에 관한 부분만을 살펴볼 것이다.
우선적으로 바빙크가 개혁교의학을 통하여 서술하는 죄의 기원과 확산에 대하여 먼저 각각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바빙크의 죄의 기원과 확산에 관한 진술들 가운데 나타나는 특징들을 다른 학자들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Ⅱ. 죄의 기원
성경은 죄의 기원으로 하나님이 아닌 피조물을 지적한다(Bavinck, 『개혁교의학』, 3:26.). 하나님은 의로우시고, 죄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제시함으로 죄의 기원을 하나님이 아닌 피조물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빙크는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죄의 발생이 하나님의 통치에서 격리된다거나 하나님의 작정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Bavinck, 『개혁교의학』, 3:26.). 그러면서 죄의 기원은 피조물에 있으나 죄의 가능성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특별 계시에 의하면 죄의 가능성을 창조했던 분은 하나님 자신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타락할 수 있는 존재로 지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에덴동산 가운데 선악을 아는 나무도 두어, 인간에게 도덕적 선택을 시험하는 계명을 두었는데, 이 선택의 결정은 인간과 인간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중요성을 지녔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님은 심지어 뱀이 여자를 유혹하는 것까지도 허락했다. (중략) 자유라는 위험한 길을 걸어가도록 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Bavinck, 『개혁교의학』, 3:26.). 이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창세기에 나오는 타락 사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1. 창세기의 타락 사건
1) 창세기 3장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창세기 3장의 핵심 메시지를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동산에 두신 두 나무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선악을 아는 나무와 생명나무를 동산 안에 두셨고, 그것은 특별한 목적을 가진 것이다. 바빙크는 두 나무에 대한 순서를 통하여 죄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배제한다(이것과 관련하여 그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바빙크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아는 나무에 관하여 두 나무의 이야기에서 어느 순서로 삽입되었는가에 대한 논의를 한다. Bavinck, 『개혁교의학』, 3:26~8.). 그러면서 창세기 3장은 죄의 기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순서에 의해 삽입된 것이 아니라 창세기 3장에서 홍수의 이야기까지 죄의 진전되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하며 창세기 3장이 죄의 기원이 된다고 설명한다(“누구든지 이 이야기를 편견없이 솔직하게 읽는 자는 이 이야기의 통일성, 그리고 인간의 진전과 발전이 아니라 인간의 타락을 알려 주기 위한 그 명백한 의도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등장하는 전체적인 문맥은 죄의 기원을 알려 주기 위한 것임을 증거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손에 의해 하나님의 모양을 따른 인간의 창조가 선행하고, 인류의 점차 증가되는 죄악으로부터 홍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짧게 뒤따르기 때문이다.” Bavinck, 『개혁교의학』, 3:28.).
그렇다면 선악을 아는 나무에 대한 금지명령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것을 통하여 주는 창세기 3장의 핵심 메시지에 대한 의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악을 아는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인간이 얻게 된 것은 금지되었던 선악의 지식이었다(Bavinck, 『개혁교의학』, 3:28.). 일반적으로 이것은 “인간이 그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선악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 반론(“선악에 대한 지식은 단지 뱀만 아니라(창3:5). 하나님 자신도(창3:22) 말하듯이 인간을 하나님처럼 만들었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악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갖기 않으며 가질 수도 없다. 더 나아가, 인간은 그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무엇보다도 선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Bavinck, 『개혁교의학』, 3:28.)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있다. 창세기 3장은 “동물의 상태로부터 자기의식과 이성으로의 인간의 발전을 들려주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타락을 인간 이성의 위험스런 첫 번째 모험, 도덕적 생활의 시작, 문화의 기원, 인간 역사에서의 행복한 사건”(Bavinck, 『개혁교의학』, 3:28~9.)이라는 것으로 여긴다. 이것에 대해서 바빙크는 인간이 유아적, 짐승 같은 순진 무구한 상태로 창조되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셨으며, 도덕적 지식을 포함한 지식은 이미 창조시에 부여된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타락으로 얻었던 지식은 징벌받기에 합당한 지식이므로 거대한 발전이 아니라 인간의 타락을 이야기하는 것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29.).
또 다른 견해가 있다. 선악을 아는 지식은 자의식과 이성에로의 자각이나 양심의 발단이 아니라, 지혜, 세상을 지배하는 기술, 즉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님과 같이 되게 하는 문화를 가리킨다는 주장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30.). 그러나 문화 자체가 결코 죄악된 것이 아니며, 두 견해 모두 에덴동산의 이야기를 “전원 상태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문화의 상태로의 인간의 전이를 묘사하는 것”(Bavinck, 『개혁교의학』, 3:30.)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바빙크는 비판한다.
그러면서 바빙크는 창세기 3장의 문제는 불순종으로 얻게 될 지식의 내용(“Marti는 그 지식을 자기 발로 독립하여 스스로 그 길을 찾는 기술로 묘사하고, 그 기술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기술함으로써 올바른 견해로 이끄는 길을 제시한다.” Bavinck, 『개혁교의학』, 3:31.)이 아니라 인간이 그 지식을 얻는 방식이라고 하였다(Bavinck, 『개혁교의학』, 3:30.).
2) 뱀의 유혹
뱀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하여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알레고리이거나 혹은 뱀이 실재적인 동물이 아니거나 욕망이나 성적 욕구, 잘못된 이성, 사탄의 이름과 이미지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만 그것은 수용될 수 없으며 실제 짐승 가운데 하나인 뱀으로 이해되어야 한다(Bavinck, 『개혁교의학』, 3:32~3.). “뱀이 말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영적인,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능력이 스며들었다는 점에서 해설되어야 한다.”(Bavinck, 『개혁교의학』, 3:33.) 그 능력의 성격에 대해서 창세기 3장 자체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창세기 3장은 “점차적으로 진전하는 계시의 빛에 의해 어두움의 깊이가 드러난다. 외관상 순진하게 시작된 죄가 역사의 진전 가운데 그 본질과 능력이 알려지도록”(Bavinck, 『개혁교의학』, 3:33.) 주어지는 어두운 죄악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신구약 성경에서 상대적으로 아주 드물게 타락 이야기는 회상되어진다(“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구절들은 욥기 31장 33절, 시편 90편 3절, 잠언 3장 18절, 13장 12절, 전도서 12장 7절, 이사야 43장 27절, 51장3절, 65장 25절, 요엘 2장 3절, 호세아 6장 7절, 에스겔 28장 13~15절, 요한복음 8장 44절, 로마서 5장 12절 이하, 8장 20절, 고린도전 15장 21절 이하, 42절, 고린도후서 11장 3절, 디모데전서 2장 14절, 요한계시록 2장 7절, 22장 2절 이며, 이 구절들은 부분적으로 해설이 불확실허가너 단지 간접적인 암시만 가지고 있다.” Bavinck, 『개혁교의학』, 3:34.). 그러나 드물게 언급되는 것이 창세기 3장의 이야기가 후기에 생겨났다고 하는 것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Bavinck, 『개혁교의학』, 3:34).
지상에 대한 죄의 모든 권세는 영들의 세계 안에 존재하는 흑암의 왕국과 연관된다. 거기에서도 타락이 발생했다(Bavinck, 『개혁교의학』, 3:34.). 타락은 영들의 세계에서 먼저 발생했으며, 인간의 타락 이전에 발생한 것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35.). 성경은 천사들의 타락과 인간의 창조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침묵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탄이 뱀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사탄이 뱀을 통해 다가온 이유는 잘 알려진 피조물을 통할 때 유혹이 더 성공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바빙크는 해설한다(Bavinck, 『개혁교의학』, 3:35.). 뱀이 말한 것은 이상한 것이었지만 그 이상함이 유혹을 강화한 것이다. 이렇듯이 “성경은 죄의 기원을 오로지 이성적 피조물의 의지에서만 찾는다.”(Bavinck, 『개혁교의학』, 3:35.)
3) 타락사건의 역사성
에덴동산의 역사성이 여러 다양한 견해들 속에서도 철저하게 유지되어 왔으나 역사적 비평과 진화론의 진영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지질학, 고생물학과 모든 선사시대의 연구들은 본래 도덕적 완전과 첫 번째 인간의 후속적 타락의 여지를 조금도 주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Bavinck, 『개혁교의학』, 3:36.) 왜냐하면 과거로 돌아갈수록 문화를 갖지 못한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므로 낙원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미래에 놓이게 되며, 과거에서 미래로 계속적인 발전의 양상을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락은 사건 자체의 역사성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죄 많은 현실에 근거해서 세워진 것으로 주장하게 된다(“주교 찰스 고어(Charles Gore)는 타락과 원죄 교리는 창세기의 처음 장들이 순전히 역사적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것이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Bavinck, 『개혁교의학』, 3:36.). 어떤 이들은 창세기 3장과 로마서 5장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더 하르톡(De Hartog)에 의하면, 성경이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가 수용하는 신앙의 진리로서 인간의 타락을 제시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올바른 것이다. 경험에 따라 타락이 명백하기 때문에 창세기3장은 이 실상을 증거한다.” Bavinck, 『개혁교의학』, 3:37.) “인간의 타락, 죄와 죽음은 신앙의 요점들이 아니라 경험의 자료들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37.) 그러나 이러한 견해들은 성경의 증거들을 경험의 자료에 통합시킨 것이다. “처음에 성경의 도움을 이용한 후, 그 다음 성경과 결별하고, 마치 자기 자신의 추론을 통해 스스로 여기까지 도달한 것처럼 행세하는 것”(Bavinck, 『개혁교의학』, 3:38.)과 같은 것이다. “사실로서의 타락은 창세기 3장의 이야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창세기 3장에서 보고된 것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37.) 이러한 타락의 결과가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것이 타락의 사실을 돌이켜 지적할 수 있는 자료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이미 타락이라고 하는 증거에 기초하여 경험의 자료를 재구성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인간의 타락을 믿는다면, 창세기 3장의 역사적 성격의 의심은 사라질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기독교 전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며, 아담의 타락과 그리스도의 부활이 기독교 교의학 전체를 지배하는 두 가지 사실이기 때문이다(Bavinck, 『개혁교의학』, 3:38.). 그러나 진화론은 완전한 상태와 첫 번째 인간의 타락에 대해 여지를 두지 않는다(Bavinck, 『개혁교의학』,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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